공(空) - Emptiness
Dimensions
1,780x550x1,750 mm
Material used
Wood, Stainless steel, Styrofoam, Pigment, Enamel, Toilet paper
관문(關門)은 단순한 경계를 나누는 매개체가 아니라, 다른 세계로 넘어가는 전환의 상징이다. 본 작업은 이 개념을 출발점으로, 루치오 폰타나의 공간주의를 작가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폰타나가 뚫기와 베기를 통해 4차원의 벽을 허물며 우주를 표현했다면, 작가는 구의 반타 블랙을 사용해 초월적 우주 시공간을 드러낸다. 반타 블랙은 빛을 흡수해 시각적 깊이를 지워내며, 보이지 않음을 곧 새로운 세계로 열리는 ‘관문’으로 작동시킨다. 이는 모든 형상이 덧없고 실체가 없음을 드러내는 공(空) 사상으로, 곧 “色卽是空 空卽是色”의 가르침과 맞닿아 있다. 특히 휴지에 반야심경을 새기는 행위는 그 공성(空性)을 드러내는 장치로, 하찮아 보이는 사물에도 의미가 담길 수 있음을 상징한다.
우주와 불교 철학의 사유는 제작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해체된 한옥의 재활용 목재는 사라진 건축의 잔해가 새로운 의미로 되살아나는 과정을 보여주며, 물질과 언어(경전)가 공의 자리에서 다시 태어남을 상징한다.








